기록하는 애빠

매일 수영하고 하루를 기록하는 애플 아빠의 블로그

기차역에서 시작된 하루, 분수 앞에서 멈춘 시
본문 바로가기

애빠의 육아 노트

기차역에서 시작된 하루, 분수 앞에서 멈춘 시

기차역에서 시작된 하루, 분수 앞에서 멈춘 시간


오늘은 기차역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아들이 나란히 서서 기차를 기다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올 때마다
아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와!"를 외쳤고,
아내는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습니다.

우리는 기차에 타기 위해 간 것이 아니었어요.
그저 기차를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는 그 짧은 순간에도 온 마음을 다해 기뻐했죠.

그 모습을 보며
우리 부부도 충분히 행복해졌습니다.
가끔은 목적 없이,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충만해지더라고요.


기차역을 나와 세 사람은 함께 걸었습니다.
잠시 후, 아내는 회사로 향했고
저는 아들을 트라이크에 태워 모자까지 씌우고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햇살은 따뜻했습니다. 아니 좀 더웠습니다.
작은 손으로 핸들을 꼭 잡고 앉아 있는 아들의 모습이
참 기특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우리는 목적지도 없이 달렸습니다.
그저 아이와 함께, 아무 이유 없이요.
마침 장날이어서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늦은 오후여서 상인들이 짐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
구수한 기름 냄새,
정겨운 상인의 목소리까지—
아들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세상이었을 거예요.

지나가는 강아지를 반가워하고,
"이거 뭐야?"를 반복하며
시장 안에서 세상을 하나씩 배워가는 아이의 모습.

그 풍경 안에서
우리 둘의 하루도 덩달아 풍성해졌습니다.


돌아오는 길, 작은 공원에 들렀습니다.
예쁜 봄꽃과 함께 조용한 분수가 흐르고 있었어요.
분수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 아들의 옆모습을
나는 조용히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멈춤’입니다.
늘 바쁘게 지나가던 시간 속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속도를 줄이고, 마음을 천천히 움직이게 돼요.

오늘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날이었지만
기차역에서 시작해, 시장을 거쳐,
분수 앞에서 멈춰 선 그 여정은
나에게 참 귀한 하루였습니다.


“기차처럼 달린 하루 속에서,
아이 덕분에 분수 앞에 멈춰 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