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과 만든 첫 김밥 도시락
“아빠, 이거 뭐야?”
김밥용 김을 꺼내자
아들의 눈이 동그래졌어요.
검은 종이처럼 생긴 이 낯선 재료는
아들에게 마법 같았을지도 몰라요.
그날은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김밥을 만들기로 한 날이었어요.
햄을 굽고, 당근을 볶고, 계란을 지단처럼 부치면서
나는 점점 분주해졌어요.
하지만 아이는
그저 가만히 재료들을 바라보다
갑자기 말했어요.
“아빠, 이거 무지개야.”
하얀 밥 위에
노란 달걀, 주황 당근, 초록 오이, 분홍 햄…
작고 똘망한 눈엔
그것들이 무지개처럼 보였나 봐요. 🌈
김 위에 밥을 올리고,
그 위에 색색의 재료들을 하나씩 올리는 손길.
아이의 손이 어설프게 움직일 때마다
나는 말없이 기다렸어요.
밥이 삐죽 튀어나오고,
재료가 엇갈려도
그건 우리가 만든
처음의 김밥이니까요.
마지막으로 김을 돌돌 말았을 땐
아이가 박수를 쳤어요.
“됐다!!”
조금 삐뚤빼뚤하고,
끝이 잘 안 붙었지만
그 김밥은 세상에서 가장 정성스러운 점심이 되었어요.
도시락통에 조심스럽게 넣고,
함께 나간 공원.
바람이 불고,
벚꽃이 흩날리던 그 자리에서
우리는 함께 만든 김밥을 나눠 먹었어요.
아들은 한 입 먹더니
조용히 말했어요.
“아빠, 김밥이 따뜻해.”
그 말이
왜 그렇게 울컥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아이는 온도를 말한 게 아니었겠죠.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느낀 거였을지도요.
🌱 마무리
요즘은 뭐든 쉽게 배달되는 시대지만,
우리는 함께 만들었고,
함께 먹었고,
함께 기억하게 될 거예요.
다음에는, 아들과 함께 만든 김밥을 들고 떠난 작은 소풍 이야기를 써볼게요.
김밥보다 더 맛있던 그 날의 햇살을 기억하면서요. ☀️
'애빠의 육아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의 손을 잡고 느낀 하루, 그리고 손 세정제 한 방울 (0) | 2025.04.19 |
---|---|
아이의 첫 스쿳앤라이드, 그리고 오늘의 하루 (2) | 2025.04.18 |
🧺 아들과 처음 간 시장, 손에 남은 따뜻한 온기 (0) | 2025.04.17 |
🚌 세 번째 버스, 오늘은 조금 다른 길 (2) | 2025.04.15 |
비 오는 날, 우산 속 우리 가족 이야기 (2) | 2025.04.14 |